세상이 조금씩 가까워져 어느 곳에서도 한국인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심리적으로 먼 곳이라면 아프리카가 아닐까. 변호사 일을 시작한 후엔 가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입사 전 마지막 시간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을 공유하여 다른 여행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넓이
아프리카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많이 넓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세계지도는 메르카토르(Mercator) 도법에 의하여 작성되는데, 유럽 또는 아메리카에 비해 적도에 위치한 아프리카가 훨씬 작게 표시되는 단점이 있다(경희대 지리학과 황철수 교수는 이를 유럽중심의 세계관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실제 크기는 미국, 유럽 대부분, 인도, 중국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미리 깨닫지 못한다면 당황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표지판 하나 없는 세렝게티(Serengeti) 국립공원에서 배가 고파, 운전기사에게 숙소까지의 거리를 물었더니 대수롭지 않게 “Not so far”라고 답한다. 덜컹거리는 길을 지나 숙소에 도착한 것은 약 7시간이 지난 뒤였다(또 다른 유의단어로 ‘Soon’도 있다). 아프리카의 극히 일부인 탄자니아, 그 곳의 많은 공원 중 하나인 세렝게티만으로 경기도의 14배가 된다는 사실은 귀국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건기와 우기
흔히 생각하는 아프리카 초원의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아프리카의 초원은 동물로 뒤덮여 있지 않다. 동물들이 모여있는 때는 ‘우기’에 풀을 찾아 이동하는 짧은 순간뿐이며, ‘건기’에 아프리카를 방문하면 누(gnu, 소과의 포유류) 한 마리 못보고 돌아올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넓은 대륙이기에 건기와 우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중앙인 적도를 기준으로 보면, 11월~6월 부근에는 탄자니아 세렝게티 공원에, 7~10월 부근에는 접경지역인 케냐의 마사이마라(Masai Mara) 공원에 동물들이 몰려있다. 조금 더 머리를 써서 동물들의 이동 시기에 아프리카를 방문한다면 두 공원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장엄한 동물 무리를 볼 수 있으나, 수많은 사진가들로 인해서 수 배 비싸지는 투어 요금을 각오해야 한다.
월력(Lunar Calendar)
단정적인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별을 좋아하는 이라면 아프리카의 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물론 역이 항상 참인 것은 아니다). 맑은 공기와 미등하나 없는 대지. 별을 관측하기에 완벽한 장소의 흠은 ‘달’이다. 보름달 시기를 미리 확인하지 못해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다면, 눈부시게 빛나는 달을 상처로 느끼고 지우려던 양여천 시인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월력은 https://www.timeanddate.com/moon/phase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드론
여행 목적지를 정함에 있어 ‘어디를 갈 것인지’ 보다 ‘무엇을 할 것인지’가 점차 중요하게 느껴진다. 여행지로 아프리카를 택한 개인적인 이유는 드론으로 평원 속 동물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전상 이유 등으로 대부분 국립공원은 가이드가 지정한 길을 차량으로 이동하도록 한다(정해진 구간 외에는 내릴 수 없다). 따라서 드론을 이용하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곳들을 구석구석 탐험할 수 있게 된다(다만 국가·지역별로 비행금지구역, 허가구역이 나누어져 있는 바 많은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계기로 회사 tech팀에서 드론 업무를 담당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한국과 동남아가 아시아로 요약될 수 없는 것처럼,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를 방문하는지에 따라, 또는 같은 나라에서 어떤 국립공원을 방문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여행이 될 것이다. 나날이 새로운 여행지들이 늘어가지만, 오래된 로망이 있는 이라면 한번쯤 표범을 찾아 킬리만자로(Kilimanjaro Mt.)로 떠나봐야 하지 않을까(스포하자면 조용필씨의 바람과는 달리, 표범은 킬리만자로에 살지 못한다).
2017-10-11
법무법인 충정
Tech & Comms Team
손가람 변호사
https://m.lawtimes.co.kr/Legal-Opinion/Legal-Opinion-View?serial=12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