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식/손가람 변호사 기고문] 금융위원회 ICO 전면 금지에 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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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2017. 9. 29.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를 개최하고, 이에 대한 보도참고자료(이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1.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의하면, 정부 관계기관은 증권발행 방식(속칭 ‘증권형’)은 물론 플랫폼에서의 신규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방식(속칭 ‘코인형’)을 포함하여 “기술, 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고,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의무부과, 가상통화거래행위에 대한 규율체계 등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지난 2017. 9. 1.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금융위원회는 ‘증권발행 방식’의 ICO를 처벌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어서, 이번 보도자료는 그때보다 ICO에 대한 규제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코인형의 ICO도 규제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당 법무법인은 위 보도자료 발표 직후 금융위원회의 유관부서 담당자에게 비공식 유선 질의하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으나,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을 개정하여 모든 ICO를 규제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이 있었을 뿐, 국내 ICO만 규제되는지, 이미 완료된 ICO도 규제되는지 등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아니하였다.

다만,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정부가 국내 ICO 전면 금지 조치를 준비함에 따라 우리 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ICO에 참여하는 것으로 불법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ICO에 참여하는 투자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다소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국내외 ICO를 규율할 지, ICO에 참여하는 투자자까지 처벌할지 여부 등은 향후 개정법의 내용과 추이를 지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에 대한 해석

보도자료에 의할 때 관계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ICO를 금지하고 규제할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이번 보도자료는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ICO에 대한 금지 입장 또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관계기관의 정책 또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지만 보도자료로 인하여 ICO에 대한 직접적인 법령이 제정 또는 개정이 되거나 그 자체가 특정한 ICO에 대한 행정지도 또는 행정명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향후 정부의 구체적인 규제 방향에 대하여 쉽게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나,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정부의 입장은 일단 잠정적으로는 여러 형태의 ICO에 대하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등 현행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 적용하여 ICO를 규제하되, 궁극적으로는 빠른 시간 내에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을 개정을 통하여 근거규정을 마련, 적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본다면, 이번 보도자료의 발표 자체로 이미 완료된 ICO의 효력을 부인 또는 무효로 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향후 관계기관이 모든 ICO를 금지하는 취지로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을 개정하여 개정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상 이미 완료된 ICO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완료된 ICO를 개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계당국에서는 자본시장법 또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 현행법령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규제할 가능성이 남아있는바, 이미 진행된 ICO 또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의 개정법 적용 전인 현재 진행 중에 있거나 진행될 예정인 ICO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또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 현행법령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3.현행법령의 적용 가능성

먼저, 정부가 이미 개정 방침을 밝히고 있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의 개정 내용은 향후 구체적인 개정내용을 지켜 보아야 할 것이어서, 향후 개정안이 나오는 대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현행 유사수신행위규제법과 관련한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상 ‘유사수신행위’란,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를 의미하는데(유사수신행위규제법 제2조 제1호), 만일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경우 행위자 및 법인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유사수신행위규제법 제6조, 제7조).

가상화폐발행을 통한 자금모집행위가 일반적으로 유사수신행위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예컨대, 특정 ICO 과정에서 ICO참여자의 출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출자금이 보장된다면, 유사수신행위로 판단될 수도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 및 법원은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가 기망적 요소가 있거나 사행적 요소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특정 ICO에서 최소판매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또는 향후 프로젝트 진행 일정(Road Map)상의 특정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때에 ICO 참여자에게 환급 약정을 하는 경우에 이를 출자금 보장으로 보아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특정 판매목표액 또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여 무산된 ICO에 대하여 해당 ICO에 참여한 자에게 백서(White Paper) 등에 규정된 ICO 조건에 따라 참여한 대금을 반환하는 것은, ICO자체가 무효임을 이유로 참여자에게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하는 것일 뿐, 이를 출자금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구 증권거래법은 투자수익보장약정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이때 수익보장은 주가 변동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투자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였으며, 투자계약이 무효로 되는 경우 당연히 투자금을 반환하였어야 할 것이다. ICO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본다면, ICO를 통해 새롭게 발행한 가상화폐의 시세변동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 이렇게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해서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없는 상태로 무산된 ICO에서 참여자에게 금원을 반환할 수 없는 결과가 되는데, 이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유사수신행위 규제법의 취지에 반하는 해석이다.

현재까지 ICO를 통한 가상화폐 발행이 유사수신행위에서 금지하는 자금조달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명확한 판례나 유권해석례 등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인데, 해당 ICO가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및 사기죄의 책임을 지지 아니하기 위하여는, 최소한 ①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고지를 하거나, 출자참여자가 이를 인식하고 참여한다는 진술보증을 받는 등으로 소위 ‘원금 보장 약정’으로 평가될 요소를 없애야 하며, ② 자금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가상화폐가 실제 통용력을 가질 만큼 뚜렷한 사업실체를 형성하며, 실제로 수익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운용하여 사업실체에 담긴 위험성 내지는 투자유인의 기망적 요소를 제거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미 진행된 ICO 또는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에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ICO를 통한 가상화폐 발행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발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그 판단기준은 ICO를 통해서 발행되는 가상화폐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은 유가증권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법령상 유가증권의 종류와 내용이 법에 특정되어 있으며, 법령상 열거된 유가증권에 해당하지 않으면 이를 유가증권으로 볼 수 없다. 자본시장법 제4조 제2항에 열거된 증권의 종류 중 가상화폐에 적용될 소지가 있는 증권은 채무증권(제1호), 지분증권(제2호), 투자계약증권(제4호)인 것으로 파악된다.

① 위 증권 중 채무증권은 지급청구권이 표시된 증권으로서(제4조 제3항), 증권 소지자가 채무증권 발행자에게 확정적 또는 조건의 성취에 따라 지급청구를 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특정 ICO를 통해서 발행되는 가상화폐 소지자에게 일정한 이익이나 혜택을 부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러한 이익이나 혜택이 예컨대 해당 ICO가 목적하는 프로젝트 또는 플랫폼에 관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한 가상화폐 보유자에 대한 일종의 시혜적 또는 재량적 부여일 뿐 확정적이거나 또는 특정 조건성취에 따라 채권(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채무증권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② 지분증권은 회사의 출자지분 또는 출자지분을 취득할 권리가 표시된 증권으로서(제4조 제4항), 주권이 대표적인 지분증권에 해당한다. 만약 해당 ICO를 통해서 발행된 가상화폐가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발행회사(재단법인, 회사, 기타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에 대한 어떤 지분 또는 소유권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당이라고 보기 어려워 지분증권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특정 ICO를 통해서 발행되는 가상화폐 소지자에게 일정한 이익이나 혜택을 부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러한 이익이나 혜택이 해당 ICO가 목적하는 프로젝트 또는 플랫폼에 관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한 가상화폐 보유자에 대한 일종의 시혜적 또는 재량적 부여라고 한다면, 이를 지분증권이라고 보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판단된다.

③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증권을 의미한다(제4조 제6항). 만약 발행자 및 특정 ICO에 참여하여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자가 해당 ICO가 목적하는 프로젝트나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분배 받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가상화폐 자체의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을 보고 발행 및 투자하는 것이라면, 이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본 조문상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인 “공동사업”은 해석에 따라 광범위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는 바, 관계당국이 만일 규제를 확대하는 경우 본 요건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규제하려고 할 가능성은 있으므로, 이에 유의하여야 한다.

④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본시장법이 규정하고 있는 채무증권, 지분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유가증권은 증서에 어떤 권리가 화체되어 있는 것이어서 증서라는 매체보다 어떤 권리가 화체되어 있다는 것이 본질적인 특성이다. 만약 ICO를 통해 발행된 가상화폐에 어떤 특정 권리가 화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체인 코인에 여러 가지 기능 또는 혜택이 부여된 특수한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의 일종으로서 예컨대 ‘게임아이템’에 유사한 고유한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러한 가상화폐를 유가증권으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가상화폐 자체를 일정한 (교환)가치를 가지는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면, 가사 상품과 다소 다르거나 일부 증권적 성질이 있는 부분이 있어도, 최소한 유가증권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법령에 명시된 ‘유가증권’으로 규율하는 것은 현행 법령 하에서는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⑤ 한국의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및 ICO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 미국의 규제 방식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1933년 증권법 (Securities Act of 1933) 및 1934년 증권거래법 (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은 유가증권을 주식, 채권, 선물, 스왑, 투자 계약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보아 그 범위를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에 근거하여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ICO에서의 ‘토큰’을 유가증권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반면,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은 유가증권을 미국법과 같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유가증권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한국 규제기관이 미국의 규제를 따라간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규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로, 만약 ICO를 통한 가상화폐 발행을 유가증권 발행으로 보아 자본시장법상 증권 모집 규정위반으로 규율 한다면, 다음과 같은 자본시장법 소정의 과태료, 과징금 또는 형사처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1.형사처벌

증권 모집 신고규정 위반 및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중요사항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제444조 제12호, 제119조, 제444조 제13호, 제119조, 제123조)

증권 모집 신고절차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제446조 제20호, 제22호, 제23호, 제24호, 제121조, 제124조 제1항, 제132조)

양 벌 규정으로 법인 및 본인도 해당 조문의 벌금 (제448조)

별도의 몰수, 추징 규정은 없다.

2. 과징금

증권 모집 신고규정 위반 및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중요사항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 시 증권신고서상의 모집가액 또는 매출가액의 100분의 3(2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0억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과징금 (제42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119조, 제123조)

3. 과태료

증권 모집 신고절차 위반 시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제449조 제1항 제36호, 제130조)

 

 

2017-10-18

법무법인 충정

Tech & Comms Team

안찬식, 손가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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