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MP Tech & Comms입니다.
오늘은 연재시리즈 네 번째로 공유경제와 노동 이슈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와 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자본주의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을 다들 기억하시죠? 노동은 경제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요소라는 뜻이죠. 경제에 공유가 추가된 공유경제 역시 노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공유경제에서 노동관계는 전통적 모델과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참고로 공유경제 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분류가 있습니다. 제공하는 것의 유형에 따라 상품제공형 공유경제, 서비스제공형 공유경제로 나눌 수 있고, 공유경제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 특성상 호출형 플랫폼, 군중형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길현종 외, 『공유경제와 고용관계』, 한국노동연구원, 2016). 여기서는 구체적인 분류에 따라 세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보다는 공유경제 등장으로 인한 노동관계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서비스제공형 공유경제 & 호출형 플랫폼 모델을 선택하여 변화의 단면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전통적인 경제 모델에서 근로자는 기업과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개별적 노동관계’를 형성합니다. 근로자는 기업에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을 받습니다. 노동과 임금이 오고 가는 관계를 노동법에서는 ‘개별적 노동관계’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고용계약을 체결한 개별 근로자가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하여 기업에 대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근로자 집단과 기업이 맺는 관계를 노동법에서는 ‘집단적 노동관계’라고 부릅니다.
(서비스제공형, 호출형 플랫폼) 공유경제 기업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모델과 다른 노동관계가 형성됩니다. 공유경제 모델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공유경제 기업), 서비스 제공자, 서비스 이용자의 3면 관계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왼쪽 그림은 전통적 경제에서 노동관계의 전형적 모델이며, 오른쪽 그림은 공유경제의 3면 노동관계의 모델입니다.
공유경제 기업 등장으로 인한 구체적 변화
공유경제의 등장으로 근로자들은 유휴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활용하여 부가적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공유경제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노동력의 부당한 이용 문제가 대두되었죠.
1. 근로자성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위에서 설명하였던 ‘개별적 노동관계’ 측면에서 공유경제 기업들과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은 자들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따라 여타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단결권과 같은 권리를 보장해야 할지 여부도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노동법체계에서 근로자성은 어떻게 정의될까요? 가장 기초가 되는 근로기준법과 이에 따른 판례의 법리를 살려봅시다. 우선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근로자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위에서 설명하였던 기존의 경제 모델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기존 경제 모델 하에서도 근로자성이 명확하지 않아 분쟁의 대상이 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골프장 캐디, 학원 강사, 물류운송업자 등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근로자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법리를 발전시켰습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 면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등)
정리하면 1) 직업의 종류와 관계 없이, 2)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사용종속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며, 3)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유경제 서비스에서는 바로 위 요건 중 사용종속관계가 문제가 됩니다.
위와 같은 사법부의 판례 법리에 따르면 사용종속관계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①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는지 여부
②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③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④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 제공자를 직접 고용하지는 않지만 서비스 이용자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비스 이용자는 그에 대하여 플랫폼 사업자에게 요금을 지불합니다. 이는 마치 플랫폼 사업자가 고용주이고, 서비스 제공자는 고용인의 관계인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비유로 인하여 소비자도 공유경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더 쉽게 이해하고, 지갑을 열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 제공자를 개인사업자로 보고, 기업 대 개인사업자 간의 서비스 제공 계약에 불과하다고 항변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 시간강사(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백화점 매니저(서울고등법원 2011. 6. 9. 선고 2010누44315 판결), 영상취재요원(VJ)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두10754 판결)은 위와 같은 계약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있다는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고, 개인사업자 지위가 인정된 사례도 많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플랫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근로자성이 노동법적 쟁점이 된 사례는 아직까지 한국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유경제 기업이 활발하게 영업을 펼치고 있는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소송이 있었는데, 이 사례를 보면서 조금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버와 리프트(Lyft) 소송
미국의 대표적 차량 공유경제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의 서비스 제공자(운전자)들이 2015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근로자성을 다투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공유경제 기업의 노동 문제가 큰 이슈로 대두되었죠.
결론적으로 미 캘리포니아 법원은 이들이 기업의 지배권(right to control) 하에 있는지 여부가 근로자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고 했습니다.
(1) Cotter v. Lyft (합의로 종료) 사건에서 원고인 리프트 운전자들은 근로자라고 주장하였으나 피고인 리프트 측은 이들을 앱을 사용하는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이 ‘지배권’이며, 앱을 통하여 업무를 수행하여 일정 정도 자유가 보장되더라도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16년 1월 리프트가 기사들에게 1200만 달러(약 120억 원)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로 종결되었습니다. 이 합의로 인하여 운전자들이 법적으로 근로자성을 확정하지는 못하였지만 일정액의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되었으며, 합의안에는 향후 분쟁 발생시 리프트가 중재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운전자 계정을 일방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죠.
(2) O’Connor v. Uber (합의로 종료) 사건에서 원고인 우버 운전자들은 피고인 우버에게 근로자성을 주장하였습니다. 2015년 3월 캘리포니아 법원은 Borello Test(이 테스트에 따르면 어떤 근로자가가 독립계약자인지 아니면 피용자인지 여부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을 할 지 여부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가지는 것인지 그리고 일의 방법이나 수단을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에 관한 것(the right to control work)이다)에 따라 우버 기사를 근로자로 본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2015년 6월 캘리포니아주 노동위원회는 우버 기사가 독립적 계약자가 아닌 근로자라는 심결을 내렸습니다. 주 노동위원회는 우버가 운전자와 차량을 심사하고 운행요금을 운전자들이 자기 일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기 때문에 독립계약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승객들이 우버에게 요금을 내고 우버는 운전자들에게 협상 불가능한 요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보더라도 운전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역시 합의로 종료되었습니다.
위 두 사건 모두 합의로 종료되어 판례로 확립하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미국에서 서비스 제공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만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지배권과 우리의 사용종속관계 개념이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2. 단결권의 보장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개별적 노동관계와 함께 가장 중요한 노동법 쟁점은 집단적 노동관계입니다. 즉,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기업과 협상(단체교섭권) 및 기업에 대한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기업별 노조의 경우 근로자성이 그 전제조건이 되지만 초기업별 노조(산업별, 지역별 노조 등)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이 경우에도 아직 한국에서 서비스 제공자들의 단결권이 다투어진 사례는 찾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시애틀의 단결권 조례 (Seattle City Council Collective Bargaining Ordinance)
미국 시애틀 시는 2015. 12. 미국 최초로 운전공유 어플 운전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조례(City Council Ordinance)를 통과시켰습니다. 이 조례는 일정 수의 운전자들이 대표자를 선정하여 시에 통보하면 시에서는 이들에게 동료 운전자들의 목록을 제공하고, 대표자는 교섭범위를 정하여 120일 내로 이들 운전자의 과반수 이상에게 서명을 받으면 노조를 조직하여 단체교섭권(collective bargaining)을 획득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해당 조례 통과 직후 업계는 큰 반발을 했습니다. 미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는 2016. 3. 우버 등 해당 업계를 대변하여 이 조례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제소하였습니다. 이 소송은 두 차례에 걸쳐 기각되었으나 상공회의소가 다시 항소한 상태이며, 제9 연방항소법원은 2017. 9. 이 항소심이 종료될 때까지 조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단결권이 보장이 된다면 플랫폼 사업자로서 공유경제 기업과 서비스 제공자의 관계는 일부분 기존의 모델로 회귀하게 될지 모릅니다. 따라서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공유경제 기업들이 이 조례의 운명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
지금까지 공유경제 기업과 노동법적 쟁점을 근로자성과 단결권으로 나누어 살펴 보았습니다. 공유경제 기업의 서비스 제공자의 지위를 플랫폼 사업자의 독립계약자가 아닌 근로자로 보는 경우 공유경제의 참여자중 하나인 서비스 제공자의 열악한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자은 사실 전통적 기업과 다름이 없이 고용주로서 의무를 지게 되는 등 공유경제 플랫폼의 개방성, 창의성, 혁신성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공유경제 업계의 규모가 커질수록 공유경제 기업들이 가장 유의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유경제와 노동문제 전문가들이 포진한 HMP Tech & Comms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공유경제 기업의 소비자 보호 이슈에 대한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2017-10-20
HMP Tech &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