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4차 산업의 첨병으로 자율주행자동차(“자율주행차”)가 많이 거론된다.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들과 IT 회사들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각국은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UN 도로교통에 관한 비엔나 협약』 상 ‘운전자는 항상 차량을 제어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자율주행차의 제도화가 지체되었으나 각국이 협의 하에 이를 ‘운전자가 제어할 수 있는 한’으로 개정(2016년 2월부터 시행)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제도적 장애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5월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2016년 2월부터는 자율주행차의 시험 목적 임시운행을 허가하였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자율주행차 운행에 관한 입법 논의를 지원중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현재 자율주행차에 대해 어떤 규제들이 있으며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와 관련하여 향후 어떤 부분들이 제도적으로 정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정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방안
현재 자동차관리법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라고 하여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적 정의를 두고 있고(제2조), 시험연구 목적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 허가에 관한 근거조항을 두고 있다(제27조). 이 법의 시행규칙은 임시운행허가를 신청하는 방법과 자율주행차의 안전운행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국토교통부는 안전운행 요건을 정하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을 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자동차자기인증이 완료된 자동차로 제작되어야 하고(제3조), 도로에서 운행되기 전에 시험시설 등에서 충분한 사전 주행을 거쳐야 한다(제5조).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우선모드와 시스템우선모드를 선택하기 위한 조종장치와 시스템우선모드에서 강제적으로 운전자우선모드로 전환시키는 조종장치를 모두 갖추어야 있어야 하고(제10조), 고장감지 및 경고장치(제13조, 제14조), 운행기록 장치(제17조)를 탑재하고 있어야 하며, 자율주행차라는 사실을 후행차량이 인식할 수 있도록 후면에 표지도 부착해야 한다(제8조). 또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으려는 차량 소유자나 기타 차량 사용에 대한 권리가 있는 자는 운행으로 인해 발생할 교통사고 피해에 대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제5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임시운행 허가를 신청하게 되면 국토교통부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차량이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되며 요건 충족 시 신청일로부터 20일 이내에 허가 기간을 5년 이내로 하여 허가증이 발부되고 허가 사실을 통보 받은 지자체는 신청인에게 번호판을 발급하게 된다.
다만 위와 같은 현행 제도는 자율주행차의 시험 주행을 뒷받침하는 초보적 단계에 있으므로추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예상되는 위치정보 해킹 등 여러 법적 쟁점에 대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 누가 해당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느냐’이다. 탑승자는 운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자율주행차의 소유자이고, 자율주행차 제조사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운행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교통사고 배상책임의 주체가 자동차 운행으로 이익을 얻고 운행을 지배하는 ‘운행자’와 실제 운전행위를 하는 ‘운전자’를 구분하고 있는 것에 기반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 지고 있는데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국제 콘퍼런스’에서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세 가지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첫 번째는 독일과 영국이 채택한 방식으로,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피해자에 대해 1차 책임을 부담하고 자율주행차나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이 인정된 경우 보유자가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사고 위험을 통제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두 번째는 제조사가 사고 피해에 대한 1차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다. 이는 과실책임 원칙에는 부합하나 운행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현행법 체계에서 자율주행사고를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취급할 근거가 없다는 반론이 제기 가능하다. 마지막으로는 자율주행차 보유자와 제조사가 공동으로 1차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방안은 보험가입 의무자 선정, 사고발생 시 신고 의무자 선정 등 보험제도의 운용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율주행차는 그 기술의 확보와 발전만큼이나 제도 정립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새로운 입법을 해야 할지 아니면 기존 법 제도를 개정하여 자율주행차를 기존의 자동차의 개념에 포섭시켜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현행 임시운행 허가 제도를 기점으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대한 입법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우리 나라가 제4차 산업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법률가들의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2017-11-03
법무법인 충정
Tech & Comms
남원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