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논란]이혼할 때 배우자의 비트코인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나

ㆍ법조계, 법적 성격 놓고 공방…상속·파산 때도 논란 불가피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내 이긴 채권자가 집행하려고 했는데 채무자가 가진 재산이 비트코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트코인 열풍이 확산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범죄에 이용되는데도 몰수하지 못하거나, 비트코인이 강제집행이나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등 애매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형사절차에선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몰수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지난 9월 수원지법은 검찰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던 216비트코인(4월 당시 5억원)에 대해 범죄수익이라며 몰수를 구형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트코인이 범죄수익이라는 증거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비트코인이 일단 몰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법원은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는 216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특정하기 어렵고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몰수 대상의 가액을 받는 추징을 하려고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매일 매시간 바뀌기 때문에 얼마를 추징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미국에선 이미 비트코인을 몰수하도록 한 연방법원 판결이 있다. 지난 6월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비트코인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주식이나 증권과 유사하다”며 공매 처분할 수 있다고 했다.

민사절차에서는 비트코인이 집행 대상이 되는지가 논란이 된다. 돈을 갚으라며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해 이긴 채권자가 집행을 하려고 하는데, 채무자가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가지고 있다면 과연 집행할 수 있는지, 어떻게 집행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당시 시세에 맞춰 돈을 비트코인으로 갚은 경우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변제인지, 얼마를 변제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등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한 변호사는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돈을 내놓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채굴을 하는 컴퓨터를 압류하면 되는 것인지, 거래 계좌를 압류하면 되는 것인지, 얼마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볼지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혼이나 상속에서의 재산분할, 파산 사건에서도 문제다. 비트코인으로 재산을 보유한 경우 해당 재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할 청구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주식의 경우 공시가 될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금융기관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거나, 법원이 거래정보 제출명령을 내려 주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비트코인도 증명 자료가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거래소가 불명확하거나 개인 간 거래라면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비트코인을 상속 재산으로 본다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얼마를 과세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로펌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은 15일 비트코인 관련 세미나를 연다. 안찬식 충정 변호사는 “당국이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지 않은데 사람들은 화폐처럼 인식하고 있다”며 “가상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압류 대상이 되는지 등 여러 법적 이슈가 존재해 관련 분쟁도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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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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