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관련 시장이 날로 확대되면서, 가상화폐의 ICO 뿐 아니라, 가상화폐를 시장에 유통시키는 가상화폐 거래소(이하 “거래소”)에 대한 규제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는 2017. 12. 15. 가상화폐(암호화폐, 이하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이하 “자율규제안”)을 발표하였다. 이하에서는 자율규제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아울러 가상화폐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도화시킨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향후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자율규제안의 주요 내용
자율규제안의 주요 내용은, (i)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 장치 마련, (ii) 신규 코인 상장 프로세스 강화·투명성 제고, (iii) 본인계좌 확인 강화·1인 1계좌 입출금 관리, (iv) 오프라인 민원센터 운영 의무화, (v) 거래소 회원 요건 강화, (vi) 임직원 윤리 강화 (vii) 독립적인 자율규제위원회 구성 등으로 요약된다.
위 항목 중 중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우선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와 관련하여 거래소 운영 주체는 자기자본 20억원을 구비하여야 한다. 또한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원화 예치금 100%를 금융기관에, 가상화폐 70% 이상을 콜드 스토리지[1]에 보관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거래소 고유재산과 교환유보 재산을 분리해 보관하고,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교환유보 재산 관리 상황을 공시한다.
가상화폐 거래 방식도 제한되어, 2018. 1. 1. 부터 이용자는 본인명의 계좌 1개로만 거래할 수 있다. 은행은[2] 이용자의 이름, 은행 계좌 등 정보를 확인하고, 본인계좌에서만 입·출금되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거래소의 가상화폐 신규상장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더욱 엄격해질 예정이다. 준비위원회는 신규 코인 상장 프로세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신규 코인 상장 평가정보와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2. 자율규제안 평가 및 한계
자율규제안이 제안하는 거래소 운영주체의 자기자본 20억원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업자의 자본금 요건에 준하는 요건을 구비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서,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의 설립요건에 대한 논의보다 한걸음 나아간 것이다[3]. 일각에서는 다소 높은 자기자본금을 요구한다는 평가도 있으나, 거래소에서 유통하는 가상화폐의 규모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기자본금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4]. 다만, 이러한 높은 자기자본금 설정은 신규 거래소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또한 가상화폐는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수 개의 거래소가 존재하고, 코인 상장은 각 거래소와 코인 발행 주체 간 개별적인 계약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므로 코인 상장 시기 및 절차가 각 거래소별로 상이하여 투자자보호가 미흡하였는데, 이번 자율규제안이 잘 준수된다면 관련 절차가 공시되고 감독될 수 있으므로 코인 상장에 있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자율규제안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으나, 상장뿐 아니라 상장폐지에 관하여도 요건을 명확히 하고, 공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하여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관련 임직원 윤리 규정도 마련되었는데,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도입한 것으로서, 가상화폐 거래가 정착되기 위하여는 당연히 필요한 규정이다. 본 규정은 향후 가상화폐에 대한 관련 법률 제정/개정이 있을 때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것을 생각된다.
본인계좌 확인 및 1인 1계좌 운용은 자금세탁방지(Anti Money Laundering, 이하 “AML”)와 관련된 규정으로서,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과 관련하여 우려가 많은 불법자금 유통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특정금융거래보고법, 범죄수익규제법,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법 등에서 관련 절차를 규율하고 있는데, 가상화폐 및 거래소에 대하여 동법의 적용여부 및 적용범위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입법적으로 AML의 모든 태양을 규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이번 자율규제안과 같이 자율적으로 불법자금유통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가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각 거래소에서는 자체적으로 AML과 관련된 해석/적용을 하고 있다. 향후 자율규제안은 FATF의 Guidance[5], 외국의 입법례, 국내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의 의심되는 거래 보고제도(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Currency Transaction Report), 고객확인제도(Customer Due Diligence) 및 외국 입법례 등을 참조하여 거래소들이 통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AML 절차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자율규제안은 여러 측면에서 가상화폐 유통과 관련하여 바람직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나, 우선 위반시 강제력이 없는 자율적인 규약[6]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준비위원회는 협회에 가입하지 않거나 제명된 거래소는 시중은행의 가상계좌를 부여받지 못하도록 할 계획인데, 이를 위하여 주요 은행들의 협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일본의 가상화폐 분류와 거래소 등록제
주요 국가 중 가상화폐를 선도적으로 입법화한 국가로 일본이 있다. 일본은 마운트곡스 파산 이후에 피해자 보호 및 향후 피해 방지를 위하여 일찌감치 가상화폐 규제에 착수하였는데, 올해부터 시행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로 현재까지 15개 거래소가 일본 금융청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의 명암은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한국에 비하여 선제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를 살펴보면, 향후 한국의 규제방향을 예견함에 있어 도움을 얻을 수 있다.일본은 자금결제법 제2조 제5항에서 “가상통화”를 정의하고 있으며, 가상통화를 매매 또는 교환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경우에 가상통화 교환업에 해당하여 이를 업으로 하려는 자는 가상통화 교환업자로서 등록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가상통화 거래소로 등록하려는 자는 1) 일본법에 의하여 설립된 금융회사가 아닐 것, 외국 가상통화 거래소 운영자(일본에 사무소가 있는 외국 회사인 경우에 가능)가 아닐 것, 2) 외국 가상통화 거래소 운영자의 경우 일본인 국적자이며 거주자인 사람을 대표로 할 것, 3) 시행규칙에 규정된, 관련 서비스를 적법하고,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재무적 기준을 갖출 것, 4) 관련 서비스를 적법하고,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체계(고객 신원 확인, 이용자에 대한 책임, 고객 예치금의 별도 보관, 기록, 컴플라이언스, 내부 감사 체계)를 갖출 것, 5) 가상통화 관련 법조항을 준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 등의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4. 결론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또는 거래소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므로, 거래소에 대하여는 전자상거래법, 외국환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등이 개별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논의는 크게 전면 금지안과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허용하는 안이 대립해왔는데, 준비위원회의 위 자율규제안은 일정한 요건하에서 거래소의 운영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규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의 규모 및 국제적 흐름을 고려할 때 거래 자체를 금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으므로, 인가/허가/신고/등록 등 형식적인 부분은 달라질 수 있으나 결국 일정한 요건하에 거래소 운영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 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가상화폐 정의[7] 및 거래소 규제 예를 참조하여 향후 자율규제안이 보완되고 관련 입법이 정비되어 가상화폐 거래가 제도권으로 연착륙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1] 콜드스토리지는 가상화폐를 오프라인에 보관하는 것으로 해커들로의 공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2] 2017. 12. 15. 자율규제안 발표시 참여한 은행은 NH농협, KB국민, IBK기업, KEB하나, 신한, 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이다.
[3] 박용진 의원의 경우, 거래인가제를 주장하며 자본금 요건을 5억원으로 주장한 바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1,000만 엔을 거래소 등록 기준으로 하고 있다(2017년 기준).
[4] 현재 대부분 거래소들은 자본금으로 1,000만 원 ~ 2억원 상당의 금액을 설정하고 있다.
[5]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GUIDANCE FOR A RISK-BASED APPROACH TO VIRTUAL CURRENCIES”는 거래소 등에게 AML과 관련된 일련의 조치들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6] 윤리 규정 또는 시장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도, 제재를 ‘권고’할 수 있을 뿐이다.
[7] 가상화폐의 정의에 따라, 이를 취급하는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충정
Tech & Comms Team
안찬식, 손가람, 심창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