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_박주홍 변호사 기고] 자율주행차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까

[the L] 충정 기술정보통신팀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혁신 기술과 법’ 이야기

SK텔레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MWC 2018 부스에서 자율주행차를 전시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MWC 2018 부스에서 자율주행차를 전시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SK텔레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함께 자동차 업계에도 변화의 광풍이 불어오고 있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의 상용화와 자율주행기술 발전이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의 등장과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1885년 독일의 기술자인 칼 벤츠(Karl Benz)와 고트립 다임러(Gottlieb Daimler)가 내연기관을 자동차에 맞게 개발하여, 내연기관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로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우리의 주변에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여전히 운행 중이지만, 지난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힘입어 전기차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결과 내연기관 차량이 100년에 걸쳐 쌓은 성능을 거의 따라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동차 5위 생산국인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산업, 학계는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 역시 그에 발맞추려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전기차 공급은 매년 두 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기차의 공급을 보조금 지급만으로 활성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같은 보조금 중심 정책은 제원이 한정되어 있어 장기적인 정책이 되기가 어렵다. 전기차 보급의 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차를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할 때와 차이가 없도록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인데,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전기차의 충전소 문제이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와 관련하여 ‘전기차 충전인프라 설치∙운영 지침’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규율하고 있으나, 이 지침은 기존 법령으로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규율하고 있어 그에 따른 절차가 복잡하고,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 많아 실제로 전기차 충전소 설치 사업을 시도하다 포기하는 예도 있다고 한다.

또한, 일반 자동차가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함으로써 설치가 되어있는 충전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어, 전기차 이용자의 고충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7년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충전구역 주차를 금지하는 법안(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기도 하였으나, 통과되지 않아 불편함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진정으로 전기차 보급 촉진을 목표로 한다면 충전소 설치 및 운영에 관련된 법규들을 수정하거나, 특별법을 마련 또는 인허가 의제 조항 등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도를 손보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절차를 간소화하여 전기차 관련 인프라 확충에 각종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사용자들이 겪는 고충을 고려하여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전기차와 더불어 최근의 화두는 자율주행차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은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IT 기술의 발전으로 자율주행 분야가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고, 일부 자동차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이미 도입되어 운행 보조장치로 이용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자동차, IT 회사들은 조만간 이 기술을 운행보조장치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율주행장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영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규는 새로운 기술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자율주행차 영역은 자율주행 중 사고로 인해 인간의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문제 자체에 대한 규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 탑승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의 주체를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로 볼 것인지, 자동차의 제조사 책임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해진 것도 없고,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는 상태이다.

즉,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탑승자는 운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자율주행차의 소유자이고, 자율주행차 제조사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운행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복잡한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교통사고 배상책임의 주체가 자동차 운행으로 이익을 얻고 운행을 지배하는 ‘운행자’와 실제 운전행위를 하는 ‘운전자’를 구분하고 있는 것에 기반한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는 몇 가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피해자에 대해 1차 책임을 부담하고, 자율주행차나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이 인정된 경우 보유자가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보유자가 자율주행차 또는 그 시스템의 결함을 증명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사고 발생에 과실이 없는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그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어, 우리나라 민법 상 과실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제조사가 사고 피해에 대한 1차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다. 이는 과실책임의 원칙에는 부합하나 운행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현행법 체계에서 자율주행으로 일어난 사고를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취급할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세번째 방법으로 자율주행차 보유자와 제조사가 공동으로 1차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방안은 보험가입 의무자를 누구로 할지, 1차 책임 부담 후에 자율주행차 보유자와 제조사 간의 부담 범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문제된다.

특정 방법을 정답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적절치 않으나 현 법령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와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논란이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빠르게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할 때이다.

이처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는 그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제도 정립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입법을 할지 아니면 기존 법 제도를 개정하여 자율주행차를 기존의 자동차의 개념으로 포섭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이 분야의 인프라와 법령이 적절하게 갖춰져 우리나라가 4차 산업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 및 관련 업종 종사자가 함께 노력하여 우리나라가 4차 산업 혁명 속에서도 자동차 업계의 맹주로서의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분야의 인프라와 법령이 적절하게 갖춰져 우리나라가 4차 산업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 및 관련 업종 종사자가 함께 노력하여 우리나라가 4차 산업 혁명 속에서도 자동차 업계의 맹주로서의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율주행차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까

법무법인 충정의 박주홍 변호사는 Tech&Comms(기술정보통신),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 관련 자문, 금융기관 및 일반 기업 자문, 공정거래법 분야를 전문영역으로 하고 있다. 박주홍 변호사가 속해있는 Tech&Comms 팀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프린팅,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핀테크,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화폐공개(ICO), 가상화폐 거래소, 드론, 전기차, 자율자동차, 신재생에너지, 게임, 공유경제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 관련된 법적 이슈에 대하여 전문적인 법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3132046828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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