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암호화폐 열풍이 전세계를 휘몰아치면서 기업들의 자본 조달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흐름의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Initial Coin Offering(ICO)와 가장 유사한 전통적인 자본 조달 방법인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를 비교 분석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살펴보자.
• 절차와 요건 까다로운 IPO…준비기간 최소 1~2년 필요
우선 전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IPO의 절차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 절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나라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하기위해서는 상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한국거래소가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하다. 그 절차 역시 까다로운데 상장 준비를 위해서는 감사인지정 신청, 대표주관회사 선정, 기업실사 등의 절차는 물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여야 하고, 그 이후에도 주식분산요건 등의 심사를 통과해야 IPO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절차들을 모두 마무리하여 상장을 하는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일반적으로는 2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거래소에서 IPO를 하려는 기업은 법인등기부등본의 설립일을 기준으로 3년 이상의 영업활동기간을 갖추어야 가능하므로 스타트업과 같은 신생기업은 시도조차 할 수가 없다. 또한 자기자본은 300억원 이상을 갖추어야 하는 등 형식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건들도 다양하다. 또한 경영성과요건으로 인하여 매출액, 이익액, ROE 등이 일정 수준을 갖춰야 하는데 스타트업들은 이와 같은 요건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스닥이나 코넥스 시장에 상장을 시도하는 경우 위와 같은 요건들이 상당부분이 완화되기는 하지만, 갓 태어난 신생 기업들이 요건을 갖추기는 여전히 어렵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은 물론 사채를 발행하거나, 비상장주식을 추가로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할 수 있지만 많은 회사들은 앞서 살펴본 장벽들로 인하여 회사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한가지를 사실상 포기한 채로 운영을 하여야 했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형성되고, ICO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자본조달 방식에 새로운 방식이 추가 되었다. 글로벌 ICO 컨설팅 업체 ICOBOX에 따르면 전 세계 기준으로 지난해 총 514개의 ICO가 진행됐고, 올 1분기에는 전년 대비 약 13배 늘어난 총 285개의 ICO가 성사됐다. ICO는 기존에 우리가 이용한 IPO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차이점도 많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다만 우리나라 정부는 작년 ICO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여 시장을 놀라게 한 이후 현 시점까지 입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흐름 상 ICO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바 ICO에 대해 살펴본다.
• ICO는 IPO와 달리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ICO와 IPO 사이에 차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번째 차이점으로는 ICO에 참여한 사람들이 IPO와 달리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IPO는 회사가 회사의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내어주면서 자본을 조달한다. 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비율만큼 회사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ICO는 ICO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주식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고, 코인 또는 토큰(이하 ‘코인’)이라고 불리는 것을 발행하여 백서 상에서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구현하는데 사용하거나, 투자 용도로 활용을 할 수 있게끔 발행이 되는 것이지, 주식과 같이 코인을 보유하는 사람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일반 소액 투자자 입장에서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발행을 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주인이 여러 명이 되는 것이므로, 주주가 자신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경우 회사 경영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는 반면, ICO의 투자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사의 주인이 되거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자신들이 계획한대로 사업을 진행하기에 더 유리할 것이다.
두번째로는 발행절차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PO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해진 방식으로 주식이 발행이 되고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한다. 이와 같은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는데 일반적으로 2년 이상 소요된다. 이에 반해 ICO는 아직까지 법제화된 방식이 없을 뿐 아니라 발행하는 회사에 따라서 그 방식의 차이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갖추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업 모델을 형성하고, 그에 따른 백서를 작성한 후 홍보활동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게 된다. 국가별로 규제의 차이가 있긴 하나, ICO 절차 전반에 걸친 명문화된 규정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ICO 과정에서 기본 법 체계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유들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ICO 준비 절차 전부터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ICO는 빠른 경우에는 2~3달만에 완료하기도 한다. 시간이 금인 시대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ICO, 명확한 규제없고 IPO에 비해 허위, 사기 등 위험 높아 투자 시 주의필요
ICO가 IPO에 비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법적 안정성에 있어 차이가 있다. IPO의 경우 각 국가가 정한 법령과 거래소 규정 등을 통해서 엄격한 절차 하에서 발행이 되고 거래가 되지만, ICO는 그러하지 않다. 이러한 차이로 IPO 자체가 사기이거나, 허위의 IPO가 이뤄지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려우나 ICO의 경우 명확한 규제가 없고 주로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고 있어 IPO에 비해 허위, 사기와 같은 위험에 조금 더 노출되는 빈도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ICO가 IPO에 비해 조금은 위험성이 있으니 투자 시 주의해야 할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 만큼 ICO가 IPO에 비해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이를 악용하여 불법적으로 ICO를 진행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조달한 자본의 사용에 대한 차이가 있다. IPO를 통해 회사가 자본금을 조달한 경우 그 회사는 회사의 목적 사항에 필요한 경영에는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는 자율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에 비해 ICO는 백서에 기재한 것을 목적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IPO에 참여한 투자자는 그 회사를 보고 자신의 자금을 투자를 한 것이지만, ICO의 경우 그 회사가 아니라 그 회사가 진행하는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를 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ICO를 통해 모집한 암호화폐는 ICO 백서 내에 사용 목적에 따라서 사용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발행된 코인 가치와 해당 기업의 성장 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현상도 이와 같은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교할 점은 IPO를 통해 발행된 주식과 ICO를 통해 발행된 코인의 거래 방법 및 사용 방법의 차이이다. 주식은 과거 1600년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약 4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주식은 재산의 보유수단이자 투자수단으로 활용이 되었고, 그 거래는 주로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주식이 재산으로서 가치는 매우 높게 인정되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기반으로 한 금융에 널리 이용이 되고 있으나, 개인이 주식을 가지고 일반 상거래에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코인은 거래 방법 및 사용 방법이 주식에 비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코인의 거래도 주식과 유사하게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되어(일반적으로 ‘상장’이라고 칭하나, 주식의 상장과 혼동의 우려가 있어 등록으로 표기함) 거래가 되지만, P2P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코인 발행의 목적은 거래소에서의 거래가 아닌 토큰을 사용하는데 있어, 현재는 실생활에서 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주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코인의 가치는 사용처가 늘어나거나, 거래량이 많아지는 등 수급이 가치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IPO와 ICO 중 어떠한 방식이 더 우월하다거나, ICO로 인해 IPO는 사라질 것이라는 등의 논쟁은 현 상황에서는 무의미 한 것으로 여겨진다. ICO는 새로운 자본 조달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자본을 조달할 필요가 있는 회사나, 투자를 하려고 준비중인 투자자는 두 방식에는 위와 같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기고자
박주홍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Tech & Com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