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the L] VR·AR 사업 주저하게 되는 이유

충정 기술정보통신팀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혁신 기술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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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주관하는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 ‘빅스포 2017′(BIXPO 2017)이 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신기술 체험관 부스에서 고등학생들이 VR(가상현실)을 이용한 풍력발전 몰입형 투어에 빠져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법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 중에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법률은 명확한 형태로 정립되어 안정적인 질서를 마련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그와 같은 규율을 신뢰하고 어떠한 행위가 처벌되고 어떠한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다는 기대 하에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는 기존 규제만으로는 포섭하기 어려운 분야들이 혁신 기술의 바람을 타고 시시각각 등장하고 있어 이러한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게임산업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의 등장으로 게임 이용자는 직접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하며 오감을 자극하는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시장조사기관인 Digi-Capital에서는 VR/AR분야의 시장규모가 2016년 40억 달러에서 2020년 1,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2016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VR시장은 국내 시장만으로도 2016년경 이미 1조원대 시장규모를 형성하여, 2020년까지 약 6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됐다.

게임산업분야는 기존 규제 자체로도 많은 논란이 있는 분야였지만 이러한 신기술의 도입과 함께 VR/AR 게임분야에 어떠한 규제를 적용하여야 하는지, 어떠한 규제가 바람직한지 명확한 해답을 찾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VR/AR산업 규제에 대한 논란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VR/AR 게임 체험존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단지 오프라인 사업장에서 게임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고 놀이기구를 설치하여 운용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뿐 아니라 ‘관광진흥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사업장을 점검하는 담당 공무원이 VR/AR 체험존에서 제공하는 승마기구나 롤러코스터를 관광진흥법상 유기시설 또는 유기기구, 즉, 놀이기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관광진흥법에 따른 안전점검의 대상이 된다. 이와 달리 게임물로 판단한다면 게임산업법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은 게임인지 또는 선정성·폭력성·범죄 및 약물·부적절한 언어 등의 관점에서 등급분류에 적합한 내용을 제공하는지 등을 점검 받게 될 것이다. 즉, VR/AR 체험존의 운영자는 담당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전혀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아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하여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게임산업법의 적용만을 놓고 보더라도 규제의 정립이 필요하다. 게임산업법상 PC방사업자 등과 같은 게임제공업자는 음란성 콘텐츠 모니터링을 위하여 1.3미터 이상의 칸막이를 설치할 수 없게 되어 있으나, VR/AR 체험존은 이용자의 안전을 위하여 각 이용자들을 구분할 수 있는 벽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세부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하여 현재의 규제가 수정되고 있다.

나아가, VR/AR 기기의 제작사가 준수하여야 할 규제나 안전 기준 역시 명확히 정립되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협업으로 VR/AR기기의 발열기준, 연령제한, 이용시간 제한 및 컨텐츠의 어지러움 해소 등 다양한 규제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바 있으나, 여전히 그러한 가이드라인이 법규상 규제로 현실화 될 수 있는지 또는 현재 출시하고 있는 기기가 앞으로의 규제를 준수할 것인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VR/AR 컨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사업상 규제를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VR/AR 게임물은 현재 일반 게임물과 같은 기준으로 등급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VR/AR게임의 특성상 현실과 구분이 어렵거나 게임 이용자에게 더 큰 자극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 등급 분류 기준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앞으로는 보다 엄격한 등급분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위와 같은 논란을 종합해보면, VR/AR 사업에 관련된 규제는 정부관계자의 재량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실무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규제기준은 법규적 효력이 부여되지 않는 가이드라인의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직 VR/AR 사업 관계자들에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신뢰, 또는 그 이용에 대한 신뢰를 줄만한 법적 안정성이 마련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VR/AR 관련 산업분야가 아직 발전 초기단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으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거나 규제를 수정하는 적극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VR/AR 게임분야의 선제적인 발전을 위하여 보다 명확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95b962a68bca4bf59c656b3f0cc26e9c법무법인 충정의 엄윤령 변호사는 Tech&Comms(기술정보통신) 및 형사팀 소속변호사로서, 가상화폐, AI, 드론 및 게임산업 등 신기술에 관한 법률자문 및 관련 민형사 송무 등 분쟁 업무를 전문영역으로 하고 있다. 엄윤령 변호사가 속해있는 Tech&Comms 팀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프린팅,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핀테크,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화폐공개(ICO), 가상화폐 거래소, 드론, 전기차, 자율자동차, 신재생에너지, 게임, 공유경제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 관련된 법적 이슈에 대하여 전문적인 법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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