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the L] ‘블록체인’…도대체 블록엔 뭐가 들었을까?

충정 기술정보통신팀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혁신 기술과 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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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등기 기록을  믿을  수  있는  이유

부동산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보아야 할 것은 등기부등본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서 알고 싶은 부동산의 주소를 입력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면 누구나 해당 주소의 소유권 등 권리 변동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소유권은 부동산과 같은 물건에 대한 권리(법적 용어로는 ‘물권(物權)’이라 한다)의 일종으로서 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이 내가 소유자 등 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방법’이 요구된다. 그래야 소유자가 부동산을 매도하고 싶을 때 상대방이 공인된 국가의 등기부등본을 통해 소유자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에 소유권이 등기되면 자신의 권리를 손쉽게 행사할 수 있으므로 모든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등기하여 공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까지는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웠다. 그래서 ‘책’과 같은 일반 물건은 점유하고만 있어도 남들로부터 소유자겠거니 하는 일종의 추정을 받게 된다. 만약 ‘노트북’과 같은 물건은 값도 어느 정도 비싸고 일련번호 있기에 등기되면, A/S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중고거래에서 장물을 구매하는 위험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중앙집중적 등기 시스템 운영한다면 지나치게 큰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가치와 공공성이 높은 물건들, 예를 들어 부동산과 자동차, 선박 등과 같이 가치가 높은 일부 동산 및 채권에 한해서 국가 등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등기 시스템의 운영에는 항상 해킹이 문제가 된다. 등기로 권리가 추정되므로 등기자의 명의만 바꾸어 놓고 거짓으로 매도하는 등의 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국가는 큰 비용을 사용하여 보안시스템을 만들어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등기 시스템과 스마트 계약

블록체인은 사실 앞서 설명한 국가 운영 등기시스템과 다를 바 없는 일종의 등기 시스템이다. 다만 차이점은, 블록체인은 누구나 등기부를 가지고 있는 분산원장 시스템으로서 개념상 어떤 사실을 기록하게 되면 이 사실이 곧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같은 내용이 기록된 등기부를 가지게 되어 기록사항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시스템에 따라서 내가 가진 등기가 곧 원본이며, 현재와 같이 등기부등본을 인터넷으로 신청하여 이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여러 장소에 정보를 담는 블록형성기(채굴기)를 설치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자에게 등기를 해주면 현재의 등기 시스템과 유사하게 운영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극도로 보안 수준이 높으므로 해킹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보안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덴마크에서는 선박 등기를, 두바이에서는 사업자 등기를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블록체인 등기 시스템이 일반화된다면, 탈중앙화 방식이지만 공인된 것과 마찬가지로 신뢰성이 유지되므로 민간에서의 필요로 블록체인으로 등기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액 대여금 등기 시스템을 운영해 “A가 2018.06.05. B에게 1000만 원을 변제기 2019. 06. 04., 이자 연 10%로 대여함”이 블록체인 상에 기재하였다면, 운영주체와 관계없이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할 수 있어 신뢰성 있는 등기 기록이 된다. B가 변제기에 차용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법원에 계약서를 제출하거나 은행거래로 증빙하며 다툴 필요가 없다.

A, B가 서로 간의 합의에 따른 승인으로 블록체인에 등기한 것만으로도 이미 그 채권의 존재가 블록체인 참여자에게 분산원장으로 ‘공시’되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동산, 부동산, 채권 등 모든 가치 있는 것에 대한 ‘새로운 공시방법’으로서 기능하게 될 수 있다. 앞서 말한 책, 노트북, 대여금 모두 블록체인 상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등기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누구나 확인할 수 있고 또한 물권의 변동을 기록할 수 있다. 손쉽게 말해 돈이나 물건을 빌려주고 떼일 위험이 매우 적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위 대여금 채권 등기 내용에서 통화 단위 원(won)이 이더(Ether;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통화 단위로 쓰인다)로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0이더를 대여한 후 1년 뒤 변제기에 상대방은 이자(연 10%)까지 더해서 자동으로 110이더(Ether)를 갚도록 ‘등기’할 수 있다. 상대방의 갚는 행위 없이도 애초 계약 내용에 따라 계약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의 개념이다.

더 나아가 상대방이 이더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를 대비하여 대여 채권을 블록체인에 등기하면서 저당권 등 담보권 역시 설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실행 역시 은행이나 법원을 통하지 않고서도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조건 프로그램을 스마트계약 내용으로 포함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나아갈 방향

아직은 블록체인 및 관련 기술들은 걸음마 수준이다. 속도도 느리고 실행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의 조건도 한정적이다. 하지만 ‘소액 대여금 채권 등기 시스템’이나 ‘동산 등기 시스템’ 등 지금 당장 실현해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조금씩 사용자 경험을 늘려보면 어떨까?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로 블록체인 등기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가상 공간에서의 가치의 이동이 현실 자산 가치의 이동과 같다는 것이 인정되면서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새로운 기술들과 달리 블록체인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가상 공간에서의 가치가 인정되는 등 공중의 기술에 대한 이해와 사용이 함께 어우러질 때만이 새로운 혁명을 이끌 수 있는 신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jpg법무법인 충정의 최선민 변호사는 Tech & Comms (기술정보통신) 중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주행, 친환경 자동차 분야를전문영역으로 하고 있다. 최선민 변호사가 속해있는 Tech & Comms 팀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프린팅,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핀테크,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화폐공개(ICO), 가상화폐 거래소, 드론, 전기차, 자율자동차, 신재생에너지, 게임, 공유경제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 관련된 법적 이슈에 대하여 전문적인 법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 : http://thel.mt.co.kr/newsView.html?no=20180607081682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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