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금융규제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민간 기구로서 경제, 금융, 법률, 디지털, 언론을 대표하는 총 17인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출범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업계 요청을 수렴하여 디지털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대응하는 금융규제혁신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를 발표하였는데, 그 중 첫 번째 혁신과제로 금융-비금융 간 서비스·데이터 융합 촉진, 즉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가 제시됐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은행 조직규제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1982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동일인의 은행에 대한 주식보유한도가 8%로 정해져 금산분리가 제도화된 이래 여러 정권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산분리(특히 은산분리)는 크게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보유한도 제도, 은행이 비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은행의 출자제한 제도, 은행의 비은행업무 수행 가부의 문제로 은행의 업무범위규제로 대별되며 은행법, 은행업감독규정,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금융지주회사법 등에서 관련 조항을 두고 있다.
이번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는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즉 은행의 출자제한 제도와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범위 등 업무범위규제를 우선 재검토하면서 장기적인 과제로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소유 규제를 검토하는 방향이 제안되었는데, 이는 현행 은행법 제37조 제1항에 의해 은행은 다른 회사등의 의결권 있는 지분증권의 100분의 15를 초과하는 지분증권을 소유할 수 없어 다양한 비금융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 실현에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제기 및 은행법 제27조의2에 규정된 부수업무의 범위를 고유업무와 유사한 업무로 한정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의 존재 등 금융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금융당국이 기존 금산분리에 관한 규제가 수정이 필요한 단계에 왔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금융과 디지털 융합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금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는 더욱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결제데이터 등 업무역량을 새로운 비금융 업종에 활용하여 더욱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올 1월 은행법 제27조의2 부수업무 제한규제의 특례를 받는 음식배달중개서비스 ‘땡겨요’를 개시한 바 있는데, 향후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회사들 역시 장기적으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계열사를 두거나 금융산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등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다양한 업권에 진출하면서 기존 업계와의 마찰이 예상되고, 단순히 금융회사의 외형이 비대해지는 것을 넘어 비대한 기업집단이 되거나 부의 쏠림 현상 등이 나타난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공적 기능 및 안정성 저해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업 영위 등 일부 업무 분야와 관련해서는 관련 규제의 미비 등으로 인해 섣부른 규제완화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비금융회사가 금융산업에 진출함에 따라 금융기관이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금고화가 되거나, 산업자본의 위험이 금융산업으로 전이됨에 따라 금융인프라 및 금융산업 시스템의 리스크가 커지고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수도 있다.
이처럼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파급효과가 크고 관련규제 역시 다양한 법령에 걸쳐 있어 그 입법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융당국은 산업의 금융진출 확대보다는 은행의 비금융 분야 진출에 주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달성하겠다는 기조다. 향후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된 정책 도입 및 그에 따른 관련 법령의 개정 등 그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법인(유) 충정 김정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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