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왜냐면] 마스크 의무 착용에 반대한다 – 김정환 변호사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끼고 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환·법무법인(유) 충정 변호사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하나로 마스크 착용 강제가 실시된 지 어언 3년이 다 돼 간다. 대부분 방역지침이 풀렸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 강제는 여전하다.

마스크 착용이 비단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 중 하나인 것은 맞는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 강제가 장기화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학생들 가운데 피부·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만 보아온 영유아의 언어발달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감정 파악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지난달 “어린이들의 학습과 발달 과정에서 표정을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것”이라며 병원과 대중교통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마스크 벗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생겨났다.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10대 학생들은 사람들 앞에서 마스크 벗는 것이 부끄러워 급식도 먹지 못하는 학생이 매우 많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고, 예의를 갖추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는 성인도 있다.

우리가 느끼는 수치심의 상당 부분은 후천적 학습에 의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당연히 히잡이나 부르카를 써야 하는 것으로 교육받고 이를 내면화한 이슬람 여성 상당수는 히잡이나 부르카를 벗은 맨얼굴에 수치심을 느낀다고 한다. 마스크 착용 강제가 장기화되면서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성인에게까지 자신의 맨얼굴에 대한 일종의 수치심이 주입되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 요소에 노출된다. 이런 위험 요소들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으며, 언젠가 정상적인 삶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이에 대부분의 나라가 마스크 강제를 풀고, 다시 원래의 삶으로 복귀한 지 오래다. 하지만 마스크 강제를 푼 나라들에서 수많은 코로나 환자로 인해 병원이 마비되고,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지난 13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올해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공포를 극복하고 사회를 정상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조치 아닌가. 다들 맨얼굴로 웃고 뛰노는데, 한국만 혼자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어느 순간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가 한국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될 수도 있다. 너무 오랜 기간 지속한 마스크 착용이 맨얼굴에 대한 수치심을 형성시키고, 결국 한국 의복 문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슬람 여성 하면 부르카, 히잡이 생각나듯 가까운 미래에 한국 사람 하면 마스크가 생각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해제한 마스크 착용 강제를 계속 이어간다면 비정상이 정상으로 탈바꿈돼, 미래세대에게 ‘케이(K)부르카’라는 유산을 남겨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냐면] 마스크 의무 착용에 반대한다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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