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금지약정 및 비밀유지약정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 유의할 점

전직금지약정 및 비밀유지약정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 유의할 점

 

최근 기업 간 영업기밀을 빼내려는 시도가 격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정보 유출은 70~80%가 해당 기업의 퇴직자로부터 발생한다. 그런데 보유 인력에 대하여 충분한 보상을 해 줄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일수록 정보 유출의 피해자가 되기 쉽고, 핵심기밀의 유출로 회사가 폐업이 이르는 경우도 많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각 기업들은 직원들과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종 유사 업체에 전직 또는 관련 사업을 창업하지 않겠다는 약정(소위 전직금지약정) 및 퇴직 후에도 기업의 비밀정보를 기업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개 또는 누설하지 않겠다는 약정(소위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며, 이는 통상 정보보호서약서를 통해 직원들의 서명을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비록 직원이 동의했더라도 모든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을 일찍이 전직금지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에 그러한 약정은 무효라는 입장이며, 무효인지 여부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전직 제한의 기간ž지역 및 대상 직원,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법원의 판단은 개별 사안마다 달라지므로 전직금지약정 체결 시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법원은 해당 직원이 기업의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임원직 또는 연구직)와 일정 기간 전직을 제한하는 대가로 보상을 제공했는지(특별 상여금 등)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따라서 전직금지약정 체결 시에는 직원에게 일정한 상여금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일반적으로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1년 정도의 전직금지기간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비밀유지약정의 효력은 인정받기가 더더욱 어렵다. 최근 정보 유출 현상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되었음에도 우리 법원은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약정의 효력을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이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정보만을 영업비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지 않고, 경제적으로 유용하며, 비밀로 관리된 정보만을 영업비밀로 엄격하게 인정해 왔다. 특히 이 중 해당 정보가 비밀로 관리되었는지가 보통 문제가 되는데 우리 법원은 해당 정보에 대해 ①물리적, 기술적 관리가 행하여졌는지 여부(패스워드 설정 등), ②인적ž법적 관리가 행하여졌는지 여부(비밀유지서약서 징구 등), ③조직적 관리가 행하여졌는지 여부(비밀관리자 지정 등)를 구체적인 심사 기준으로 제시하며 영업비밀 해당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한 지방법원 항소심이 기존 판례에 의하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의 유출행위에 대해 1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하여 그 귀추가 주목된다. 본 사안에서 피고인은 여행전문업체인 피해 기업의 이사로 근무하던 자였는데 퇴사 직전에 사무실 내 업무용 컴퓨터에 있는 이름, 회사명,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고객정보를 USB로 옮겨 저장했다. 그리고 퇴사 후 피해 기업과 유사한 사업을 하는 업체를 운영하며 해당 고객정보에 있는 1400명에게 단체 이메일을 돌렸다가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기소되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이 2015. 1. 28. 개정을 통해 “상당한 노력”에서 “합리적인 노력”으로 법문을 변경하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비밀관리성을 판단할 때는 기존의 ①, ②, ③ 요소와 더불어 아래 요소들도 무겁게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시는 아래 요소들을 부차적인 고려요소로만 보았던 기존 대법원 판례와는 맥을 달리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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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판결은 다양한 물리적ž인적 요인으로 인하여 비밀을 관리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판결 취지에 의하면 회사 내부 보안망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거나, 직원들로부터 서약서를 사전에 징구하지 못했거나, 보안 책임자 등을 지정해 두지 않은 회사들도 앞으로 퇴사한 직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그러나 본 판결은 확립된 판시라고 볼 수 없으므로 추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원의 최종 입장이 달라질 여지도 있고, 개정법시행 이후에 벌어진 정보유출행위에만 적용된다. 또한 사안 자체가 직원 4명 매출액 2억 원의 소규모 회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여러 정황상 퇴사한 직원의 배신성이 유달리 돋보이는 특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제한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국회 및 정부가 영업비밀 유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점, 법원도 전직금지약정이나 비밀유지약정의 효력을 보다 넓게 인정해 온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근로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보다는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더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2017-09-28

법무법인 충정 – Tech&Comms

남원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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