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배터리 제조 회사 ‘갑’은 2019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 및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경쟁사 ‘을’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갑’이 국내 기업 간 분쟁임에도 미국에 제소한 것은 미국 ITC와 법원이 디스커버리 제도를 두고 있어 이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디스커버리제도란 ‘증거개시절차’로도 불리는데, 주로 미국, 영국 등 영미법계에서 상대방이나 제삼자로부터 소송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변론 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양측이 가진 정보 및 문서 등을 상호 간에 공개해 쟁점을 명확하게 하는 증거조사 절차를 말한다.
국내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피해나 손해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 있음에도 주요한 증거는 피고 측이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증거를 수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결국 당사자들은 민사소송에서의 증거 수집 한계로 증거 수집과 확보를 위해 형사고소와 고발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고소·고발 남용으로 형사사법기관의 업무량 누적과 처리 지연 문제가 심각해 신속한 분쟁 해결이 곤란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민사 소송에서 미진한 증거 수집과 제출로 1심에서 충실한 심리와 변론이 이뤄지지 못한 경우, 부족했던 증거조사를 항소심에서 다시 하게 돼 심리가 장기화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민사소송법에도 증거보전제도와 문서제출명령 제도 및 문서 송부의 촉탁 제도 등이 존재하나, 문서의 특정이 용이하지 않고, 명령에 불응하더라도 제재가 미약하며, 문서의 소지 여부에 대한 증명 책임이 증거를 신청하는 소송 당사자에게 있어 실효성 있는 증거 수집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국내 민사소송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증거를 신청하면 채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이후 증거를 제출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증거 채택 권한이 재판부에 있는 반면, 디스커버리 제도는 불응하는 소송 관계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증거 확보를 용이하게 하고, 증거나 증언의 사전 보전이 가능하며 소송 당사자 간 쟁점을 조기에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디스커버리 제도에서는 정보나 증거 등 소송자료에 양 당사자가 대등하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소송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지므로, 소송 외적 합의나 재판상 화해 등을 통한 대안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디스커버리 제도는 증거 확보와 수집을 위해 형사사법기관에 의존하는 문제와 신속한 분쟁 해결, 나아가 증거를 확보 실패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한 판결로 인한 사법 불신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디스커버리 제도가 공정한 재판과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 확보라는 큰 장점을 갖추고 있음에도 과도한 비용 문제 및 오·남용 문제 등으로 비판받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도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하며, 영미법계 디스커버리 제도의 주요 문제점을 보완해 우리나라의 법체계 및 재판 실정에 부합하는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유) 충정 김미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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